유기자차 호르몬 교란? | 유기자차 주의 성분 | 차세대 유기자차 필터 | 대안 및 활용 | 정리
유기자차 선크림을 둘러싼 호르몬 교란 논란, 과연 어디까지가 과학적 사실일까요? 논란의 시발점이 된 옥시벤존의 체내 흡수 데이터부터, 현재 시중 제품에 쓰이는 옥티노세이트·호모살레이트·옥토크릴렌·아보벤존 성분들에 대해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유기자차 호르몬 교란?
유기자차 자외선 차단제의 호르몬(내분비계) 교란 논란은 옥시벤존(벤조페논-3) 성분의 흡수성 연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한 성인 24명에게 체표면적 75%에 4일간 하루 4회 도포한 시험에서, 옥시벤존의 혈중 농도는 169~210ng/mL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는 FDA 추가 안전성 평가 기준인 0.5ng/mL의 300배를 초과하는 수치였습니다. [1] Matta MK, Zusterzeel R, Pilli NR, et al. Effect of Sunscreen Application Under Maximal Use Conditions on Plasma Concentration of Sunscreen Active Ingredien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9
48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시험에서는 아보벤존, 옥시벤존, 옥토크릴렌, 호모살레이트, 옥티살레이트, 옥티노세이트 6개 성분 전부가 첫날 1회 도포만으로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2] Matta MK, Florian J, Zusterzeel R, et al. Effect of Sunscreen Application on Plasma Concentration of Sunscreen Active Ingredien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20
그러나 체내 흡수 여부와 실제 유해성은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FDA의 기준치는 유해성의 유무를 가르는 절대적 수치가 아닌, 추가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두 연구진 모두 이러한 데이터가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중단할 근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유기자차 주의 성분
현재 옥시벤존은 유해성 및 해양 생태계 파괴 이슈로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옥시벤존을 제외한 다른 유기자차 성분들 역시 내분비계 교란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1. 옥티노세이트(Octinoxate)
임신·수유 중인 쥐에게 고용량(체중 1kg당 500~1000mg)을 투여한 연구에서 자손 수컷의 전립선·고환 무게 감소, 테스토스테론 저하, 정자 수 감소가 관찰됐습니다. [3] Axelstad M, Boberg J, Hougaard KS, et al. Effects of pre- and postnatal exposure to the UV-filter octyl methoxycinnamate (OMC) on the reproductive, auditory and neurological development of rat offspring.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2010 다만 이 투여량은 실제 선크림 사용 시 노출량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2. 호모살레이트(Homosalate)
사람 유방암 세포주를 이용한 시험관 실험에서, 세포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미량의 농도에서 안드로겐 수용체 활성을 억제하는 항남성호르몬 활성(남성호르몬 기능 억제)이 관찰됐습니다. [4] Ma R, Cotton B, Lichtensteiger W, Schlumpf M. UV filters with antagonistic action at androgen receptors in the MDA-kb2 cell transcriptional-activation assay. Toxicological Sciences. 2003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없으며, 시험관 단계의 연구 근거입니다.
EU는 이를 바탕으로 2022년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얼굴용 제품은 7.34%까지 허용하되, 바디용을 포함한 그 외 제품은 0.5%로 제한했습니다. 얼굴용과 바디용의 허용치가 10배 넘게 차이 나는 이유는 노출 면적이 흡수량을 좌우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3. 옥토크릴렌(Octocrylene)
보관 기간에 따라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페논으로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중 제품을 가속 노화 시험한 결과 벤조페논 농도가 평균 39mg/kg에서 75mg/kg으로 증가했습니다. [5] Downs CA, DiNardo JC, Stien D, et al. Benzophenone Accumulates over Time from the Degradation of Octocrylene in Commercial Sunscreen Products. Chemical Research in Toxicology. 2021 다만 같은 저널에 실린 반박 서한은 해당 논문의 발암성 주장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6] Howard L, Birnie A, Sarkany R. Comment on Benzophenone Accumulates over Time from the Degradation of Octocrylene in Commercial Sunscreen Products. Chemical Research in Toxicology. 2021
최근에는 사람 간세포를 이용한 연구에서 다른 성분보다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반감기)이 길어 체내 축적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7] Baviera GS, Poli VR, Oka-Duarte L, et al. Assessing the hepatic metabolism of six sunscreen ultraviolet filters. Biochemical Pharmacology. 2025
호르몬 교란 여부와 별개로,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부작용은 광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자외선을 받은 뒤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입니다. 특히 소염진통제인 케토프로펜 성분에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성인에게서 이러한 반응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EU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는 옥토크릴렌의 내분비계 교란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다고 보았으며, 최대 10% 농도 범위 내에서는 사용하기에 안전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4. 아보벤존(Avobenzone)
수영장의 염소 소독 성분이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60종 이상의 분해산물이 생성됩니다. [8] Lebedev AT, Bavcon Kralj M, Polyakova OV, et al. Identification of avobenzone by-products formed by various disinfectants in different types of swimming pool waters.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0 특히 염소와 반응해 생성된 분해산물이 사람의 폐 상피세포에서 원래 성분보다 강한 세포독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9] Ichikawa M, Shimokawa N, Makuta M, et al. Cytotoxicity, genotoxicity, and enzyme activity effects of UV filters and their chlorinated by-products in human lung epithelial cells (A549).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5
다만 이는 내분비계(호르몬) 교란이 아닌 세포 자체의 손상(세포독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내분비계 영향의 경우, 아보벤존 자체는 시험관 연구에서 약한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을 보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10] Schreurs RHMM, Sonneveld E, Jansen JHJ, et al. Interaction of polycyclic musks and UV filters with the estrogen receptor (ER), androgen receptor (AR), and progesterone receptor (PR) in reporter gene bioassays. Toxicological Sciences. 2004
인체 안전성
네 성분 모두 동물이나 세포 단계에서는 호르몬 관련 이상 반응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2023년 P&G 연구진이 미국 환경보호청(EP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6개 유기자차 성분의 시험관 활성 농도와 사람의 실제 혈중 농도를 비교한 결과, 옥시벤존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성분은 사람의 최고 혈중 농도가 호르몬 반응이 나타나는 농도보다 최소 100배 낮았습니다. [11] Onyango DO, Selman BG, Rose JL, et al. Comparison between endocrine activity assessed using ToxCast/Tox21 database and human plasma concentration of sunscreen active ingredients/UV filters. Toxicological Sciences. 2023 세포 및 동물 실험 결과와 사람의 실제 노출량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볼 때 옥시벤존과 나머지 성분들을 같은 수준의 위험으로 묶어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해당 연구가 선크림 제조사인 P&G 소속 연구진의 결과라는 점, 그리고 갑상선이나 췌장 등 다양한 내분비계 교란을 평가할 검증된 시험법이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는 한계는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세대 유기자차 필터
피부과학에서는 분자량 500달턴 이하 물질을 피부 흡수가 용이한 물질로 분류합니다. 실제로 접촉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 대부분이 이 기준 이하에 속합니다. [12] Bos JD, Meinardi MM. The 500 Dalton rule for the skin penetration of chemical compounds and drugs. Experimental Dermatology. 2000 옥시벤존은 분자량이 약 228로 이 기준보다 현저히 작아 피부 각질층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옥시벤존과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유기자차 성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분자 크기를 키우거나 제형 방식을 바꿔, 옥시벤존처럼 피부 각질층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비스-에칠헥실옥시페놀메톡시페닐트리아진(티노소브 S)은 분자량이 약 628로, 큰 분자량 덕분에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하며, 제조사(DSM)의 임상시험에서도 혈중 농도가 FDA 기준치 이하로 유지되었고, 반복 도포에 따른 축적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3] D'Ruiz CD, Plautz JR, Schuetz R, et al. Preliminary clinical pharmacokinetic evaluation of bemotrizinol. Regulatory Toxicology and Pharmacology. 2023
비스옥트리졸(티노소브 M)은 분자 크기보다 제형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수용성과 지용성이 모두 낮아 미세 입자로 분산시켜 사용하며, 이 특성으로 무기자차와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인체 시험에서 피부 깊은 층으로 이행된 양은 0.1% 미만으로 확인됐습니다. [14] Mavon A, Miquel C, Lejeune O, et al. In vitro Percutaneous Absorption and in vivo Stratum Corneum Distribution of an Organic and a Mineral Sunscreen. Skin Pharmacology and Physiology. 2006 2026년 발표된 한국독성학회지 종합 안전성 평가에 따르면, 쥐에게 최대 1000mg/kg/day까지 투여한 생식·발달독성 시험에서 특별한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5] Kim M, Kim SB, Lee JD, et al. Safety assessment of methylene bis-benzotriazolyl tetramethylbutylphenol, a UV filter in cosmetics. Toxicological Research. 2026 이는 세 성분 중 생식 관련 안전성을 직접 시험한 유일한 사례입니다.
디에칠아미노하이드록시벤조일헥실벤조에이트(유비눌 A플러스)는 분자량이 약 343으로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독일 연구진이 사람에게 직접 투여 후 추적한 결과, 일반인의 일일 전신 노출량은 8.1~9.3μg으로 매우 낮게 측정됐습니다. [16] Stoeckelhuber M, Scherer M, Peschel O, et al. Human metabolism and urinary excretion kinetics of the UV filter Uvinul A plus after a single oral or dermal dosage. International Journal of Hygiene and Environmental Health. 2020 다만 해당 연구는 제조사인 BASF 소속 연구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성분 모두 체내 흡수량은 낮게 측정됐지만, 호르몬 활성을 직접 시험한 연구는 티노소브 M 외에는 없습니다. 체내 흡수가 적다는 것과 호르몬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티노소브 S는 새로운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17] Badaoui A. Allergic contact dermatitis to bis-ethylhexyloxyphenol methoxyphenyl triazine (Tinosorb S) in a sunscreen: An emerging allergen? Contact Dermatitis. 2024 티노소브 M은 계면활성제로 인한 접촉 피부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18] González-Pérez R, Balda Antonio A, Gilaberte Calzada Y, et al. Allergic contact dermatitis from methylene-bis-benzotriazolyl tetramethylbutylphenol (Tinosorb M). Contact Dermatitis. 2007
대안 및 활용
- 무기자차 선택: 유기자차 전반이 걱정된다면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기반의 무기자차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성분은 각질층 위에 머물며 피부 내부로 거의 흡수되지 않습니다.
- 차세대 필터 활용: 유기자차의 사용감을 유지하고 싶다면 체내 흡수율이 낮은 티노소브, 유비눌 A플러스 표기 제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유통기한 관리: 옥토크릴렌·아보벤존 함유 제품은 시 경과에 따라 분해산물(벤조페논 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최근 제조된 제품을 구매하여 한 시즌 내에 소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유기자차 호르몬 교란 논란은 분자량이 작고 흡수율이 높은 옥시벤존에서 비롯됐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유기자차 성분인 옥티노세이트, 호모살레이트, 옥토크릴렌, 아보벤존 역시 세포·동물 실험 수준의 우려 신호는 존재하지만, 사람의 실제 체내 노출량은 옥시벤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들 성분의 내분비계 영향에 대한 학계의 평가와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을 포기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성분별 특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용량과 유통기한을 준수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