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귀지 마른 귀지 차이, 올바른 귀지 제거 방법

젖은 귀지 마른 귀지 차이 | ABCC11 유전자 | 젖은 귀지와 체취 | 유방암 연관성 | 귀지 제거 방법

귀지를 팠을 때 축축하고 끈적한 갈색 귀지가 나오는 사람이 있고, 부스러기처럼 마른 회색 귀지가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흔히 위생이나 식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유전자 하나가 결정짓는 타고난 체질입니다.

젖은 귀지 VS 마른 귀지 차이

귀지(이구, Cerumen)는 외이도의 피지선과 이구선에서 나온 분비물에 각질이 섞인 물질입니다. 귓속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이물질이 고막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 젖은 귀지: 갈색을 띠며 끈적이고 습한 형태로, 서양인과 아프리카계에서 흔합니다.
  • 마른 귀지: 회색빛의 부슬부슬한 형태로 분비량이 적으며, 동아시아인에게 흔합니다.

이 차이는 개인의 위생 상태나 습관과는 관련이 없으며,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되는 선천적인 특성입니다. [1] Yoshiura K, Kinoshita A, Ishida T, et al.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 Nature Genetics. 2006;38(3):324-30

귀지 타입을 결정하는 유전자

ABCC11 유전자 변이와 귀지 타입

2006년 나가사키대학 연구팀은 ABCC11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 염기서열 한 글자 차이로 생기는 유전 변이) 하나가 귀지 타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변이는 rs17822931로 불리며, 538번 염기가 G에서 A로 바뀐 형태입니다. [1] Yoshiura K, Kinoshita A, Ishida T, et al.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 Nature Genetics. 2006;38(3):324-30

ABCC11 유전자에는 A형과 G형이 있는데, 부모 양쪽에게서 A형을 하나씩 물려받아야 마른 귀지가 되고, 우성인 G형을 하나만 물려받아도 젖은 귀지가 됩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신체 특징이 단일 염기 변이 하나로 설명된 첫 사례로 기록됩니다.

젖은 귀지 유전 조합

ABCC11 단백질의 작동 방식

ABCC11 유전자는 세포막에서 특정 물질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수송 단백질을 만듭니다. 연구에서 A형을 가진 사람은 이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곧바로 분해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귀지를 만드는 이구선 조직을 염색해 관찰했을 때, A형에서는 이 수송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 Toyoda Y, Sakurai A, Mitani Y, et al. Earwax, osmidrosis, and breast cancer: why does one SNP (538G>A) in the human ABC transporter ABCC11 gene determine earwax type? FASEB Journal. 2009;23(6):2001-13

이처럼 퍼내는 역할을 하는 수송 단백질이 없으면 분비물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그 결과 귀지가 마르고 양이 적어지게 됩니다.

한국인 귀지 타입 분포

A형 유전자를 가진 빈도는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북동아시아에서 남쪽과 서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전 세계에서 중국인과 한국인의 빈도가 가장 높습니다. 연구진은 이 변이가 북동아시아에서 처음 생겨난 뒤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 Yoshiura K, Kinoshita A, Ishida T, et al.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 Nature Genetics. 2006;38(3):324-30

집단별 분포차이가 뚜렷해서, rs17822931 변이는 조상 계통을 추정하는 표지자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3] Kitano T, Yuasa I, Yamazaki K, et al. Allele frequencies of a SNP and a 27-bp deletion that are the determinant of earwax type in the ABCC11 gene. Legal Medicine. 2008;10(2):113-4

한국인 대부분이 마른 귀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젖은 귀지가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유전형을 물려받았을 뿐입니다.

젖은 귀지와 체취

액취증과의 연관성

ABCC11은 귀의 이구선뿐 아니라 겨드랑이 아포크린 땀샘에서도 작동합니다. 이 때문에 귀지 타입과 겨드랑이 체취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국에서 약 17,00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마른 귀지 유전형인 사람은 데오도란트를 거의 쓰지 않는 집단에 약 5배 많이 분포했습니다. [4] Rodriguez S, Steer CD, Farrow A, Golding J, Day INM. Dependence of deodorant usage on ABCC11 genotype: scope for personalized genetics in personal hygiene.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2013;133(7):1760-7

아포크린샘 제거 수술을 받은 일본인 액취증 환자 79명의 유전형을 분석한 연구에서, 78명이 젖은 귀지 유전형(GG 또는 GA)이었습니다. 같은 지역 일반인 161명 중 이 유전형을 가진 비율은 35.4%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입니다. 연구진은 G형 유전자가 액취증이 나타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5] Nakano M, Miwa N, Hirano A, Yoshiura K, Niikawa N. A strong association of axillary osmidrosis with the wet earwax type determined by genotyping of the ABCC11 gene. BMC Genetics. 2009;10:42

다만 이 연구는 수술을 받을 만큼 냄새 고민이 컸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젖은 귀지라고 해서 모두 액취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마른 귀지인데도 겨드랑이 냄새가 느껴진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취 발생 원리

ABCC11이 체취를 유발하는 과정도 일부 밝혀졌습니다. 겨드랑이 땀샘에서 ABCC11이 냄새 물질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를 세포 밖으로 배출하면, 아포크린샘에 있는 효소가 이를 실제 냄새 성분으로 바꿉니다. 땀 자체에는 원래 냄새가 없지만, 이 변환 과정을 거치면서 특유의 체취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6] Hamada K, Haruyama S, Yamaguchi T, et al. What determines human body odour? Experimental Dermatology. 2014;23(5):316-7

젖은 귀지와 유방암 연관성

젖은 귀지와 유방암 위험의 연관성을 제기한 연구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방암 환자 270명과 대조군 273명의 유전형을 비교한 연구에서, 젖은 귀지 쪽인 G형 유전자를 가진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다소 높게 나타났습니다. [7] Ota I, Sakurai A, Toyoda Y, et al. Association between breast cancer risk and the wild-type allele of human ABC transporter ABCC11. Anticancer Research. 2010;30(12):5189-94

그러나 더 큰 규모로 진행된 유럽 여성 대상 연구 두 건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호주 연구진이 케이스 1,342명과 대조군 2,256명을 분석한 결과 [8] Beesley J, Johnatty SE, Chen X, et al. No evidence for an association between the earwax-associated polymorphism in ABCC11 and breast cancer risk in Caucasian women.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2011;126(1):235-9 과 독일에서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9] Lang T, Justenhoven C, Winter S, et al. The earwax-associated SNP c.538G>A (G180R) in ABCC11 is not associated with breast cancer risk in Europeans.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2011;129(3):993-9 모두 유전형과 유방암 위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표본 크기로 보면 연관성이 없다고 본 연구들이 더 크고, 인종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젖은 귀지라는 사실만으로 유방암 위험이 확정적으로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귀지 제거 방법

1. 귀지 자연 배출과 제거 기준

외이도 피부는 고막 쪽에서 바깥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 귀지는 대개 저절로 밀려 나옵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별다른 증상이 없고 진찰에 지장이 없다면 귀지를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도록 권장합니다. 귓구멍이 귀지로 꽉 막힌 귀지 색전 상태일 때만 제거 대상이 됩니다. [10] Schwartz SR, Magit AE, Rosenfeld RM,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7;156(1_suppl):S1-S29

제거가 필요한 증상으로는 청력 저하, 귀 통증, 가려움, 이명, 그리고 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가 꼽힙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나 인지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불편함을 직접 말하지 못하므로 보호자의 주의 깊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11] Michaudet C, Malaty J. Cerumen Impac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2018;98(8):525-529

2. 귀지 연화제와 세척

귀지가 귓구멍을 막았을 때 치료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귀지를 무르게 만드는 연화제 사용, 물을 이용한 세척, 그리고 전문 기구를 사용한 직접 제거입니다. [10] Schwartz SR, Magit AE, Rosenfeld RM,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7;156(1_suppl):S1-S29

귀지 연화제의 효과를 다룬 코크란 연구에 따르면, 5일간 연화제를 넣었을 때 귀지가 완전히 녹아 제거된 비율은 22%로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경우(5%)보다 높았습니다. [12] Aaron K, Cooper TE, Warner L, Burton MJ. Ear drops for the removal of ear wax.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8;7(7):CD012171

3. 면봉 사용 시 위험

면봉은 귀지를 빼내기보다 오히려 귓속 깊숙이 밀어 넣어 귀지를 뭉치게(색전) 만들 위험이 큽니다. 미국 응급실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8세 미만 아동 약 263,338명이 면봉 관련 귀 손상으로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손상 원인의 73.2%는 귀 청소 중에 발생했으며, 76.9%는 아이가 직접 면봉을 사용한 경우였습니다. 가장 흔한 진단명은 이물질 삽입(29.7%)과 고막 천공(25.3%)이었습니다. [13] Ameen ZS, Chounthirath T, Smith GA, Jatana KR. Pediatric Cotton-Tip Applicator-Related Ear Injury Treated in United States Emergency Departments, 1990-2010. The Journal of Pediatrics. 2017;186:124-130

이러한 이유로 전문 임상 리뷰에서도 귀 청소 목적의 면봉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합니다. [11] Michaudet C, Malaty J. Cerumen Impac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2018;98(8):525-529

4. 이어캔들(귀 촛불요법)

이어캔들은 원통형 양초를 귀에 꽂고 불을 붙여 음압으로 귀지를 흡입한다는 민간요법입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은 귀지 색전의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이어캔들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촛농으로 인한 화상이나 고막 손상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10] Schwartz SR, Magit AE, Rosenfeld RM,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7;156(1_suppl):S1-S29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다음에 해당하면 집에서 자가 제거를 시도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10] Schwartz SR, Magit AE, Rosenfeld RM,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Updat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7;156(1_suppl):S1-S29

  •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경우
  • 당뇨병이 있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
  • 고막 천공이 있거나 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 머리나 목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병력
  • 외이도가 좁거나 외골증이 있는 경우
  •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

또한 응고 장애나 간부전,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경우 외이도 출혈 위험이 높아지므로 사전에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11] Michaudet C, Malaty J. Cerumen Impac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2018;98(8):525-529

귀지를 제거한 후에도 청력 저하나 이명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정리

젖은 귀지와 마른 귀지는 ABCC11 유전자의 염기 하나가 결정하는 타고난 체질입니다. 한국인에게는 마른 귀지가 압도적으로 많고, 젖은 귀지는 겨드랑이 냄새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합니다.

귀지는 저절로 빠져나오는 것이 정상이므로 증상이 없다면 굳이 파낼 필요가 없고, 면봉과 이어캔들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귀가 먹먹하거나 통증이 있다면 자가 제거보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